차가운 로봇에 따뜻한 인간애를 불어넣은 로봇 다빈치, tvN <피플인사이드> 데니스 홍

Category : Column, Lee Ju Hyun's | 2013/07/16 | by. leejuhyun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따뜻한 로봇을 만들고 싶었던 꿈을 얘기하는 학자의 표정엔 열정이 넘쳤다. 장난기 넘치는 소년 같은 표정과 미소도 스쳤다. 7월8일 tvN 시사교양 프로그램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는 2009년 미국 <파퓰러 사이언스 Popular Science>가 선정한 ‘과학계를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에 데니스 홍(Dennis Hong, 한국명 홍연서)이 출연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버지니아 공과대학 교수이자 로봇 연구소 로메라(RoMeLa)의 설립자다. 그리고 이곳은 세계 로봇 연구의 메카로 각광받고 있다. 데니스 홍은 미국 최초 휴머노이드 ‘찰리’(Charli)와 ‘다윈-OP’(Darwin-OP) 등 화재진압용 및 재난 구조용 로봇을 개발했다. 또한 인공지능 로봇 축구대회인 로보캅에 참가해 2011년, 2012년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로봇기술을 무료로 배포하다

‘다윈-OP’를 만든 후 수많은 제안이 있었지만 데니스 홍은 무료로 제작법을 세상에 공개했다. 진행자인 백지연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도 지적 재산권을 포기 한 이유를 묻자 “내가 이 로봇을 만든 이유를 생각했다.

2004년,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연구용·교육용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누구나 공개된 설계도로 ‘다윈-OP’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브라이언’을 개발하기도 한 그는 이 연구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했다.

시작은 착각이었다. 무인자동차를 만드는 줄 알고 연구에 지원했지만 자동차 테스트를 위해 만난 시각장애 노부부는 데니스 홍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었다. 그는 올해 3월에 출간한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에 이 경험을 이렇게 적었다.

자동차에서 내리자 마크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아내 멜리사를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글썽인다. 멜리사 역시 시각장애인이다. 그 광경을 보는 내 가슴이 미어지면서 쿵쾅거린다. 멀찌감치 그들의 모습을 글썽이며 쳐다보고 있는데 마크가 소리친다.

“데니스! 어디 있어?”
소매로 눈을 훔치자 왼쪽 팔이 눈물에 미끄덩거린다. 나는 눈물을 닦으며 차 앞으로 달려간다. 마크가 나를 부둥켜안으며 말한다.
“Thank you! 데니스, Thank you…….”

부둥켜안은 우리를 둘러싼 TV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기자들의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 3천700만 시각장애인들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우린 모두 하나가 된다. 나는 부둥켜안은 팔을 빼며 마크에게 이야기한다.

“이제 마크가 날 호텔까지 운전해서 데려다 주는 거죠?”
모두가 ‘와하하’ 하고 웃으며 축하해준다.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는 이도 있다. 그제야 인정한다는, 말없는 제스처이리라.

그는 2011년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줄임말. 정기적으로 기술, 오락, 디자인에 관한 강연회를 개최하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차를 만드는 일’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손바닥과 발바닥의 감각을 이용해 안전하고 완벽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직접 시연해 보였다.

이에 미국 NBC·CBS, 영국 BBC, 일본 NHK 등 세계 유수의  언론과 자동차 업계는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워싱턴포스트 Washington Post>는 1면 머리기사에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데니스 홍이 TED 강의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은 기술 자체보다 따뜻한 기술의 힘이었다.

데니스 홍은 자신의 책에 “가장 반가운 소식들은 다른 연구소들 역시 내 TED 강연에 영감을 얻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한다는 것, 혹은 그들이 개발한 기술을 우리 차에 접목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더 좋은 차량을 함께 만들자는 내용들이었다.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영감을 주어 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을 개발하자는 나의 메시지가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적었다.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서 데니스 홍은 최대 로봇 대회로 꼽히는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ARPA Robotics Challange, DRC)에 출품할 재난 구조용 로봇 프로젝트 ‘토르’(THOR)의 티저 영상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대회 참가를 위해 ‘토르’만을 위한 새로운 인공 근육을 개발했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기술”이라며, ‘토르’가 그간의 로봇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움직임을 보여주는 장면을 공개한 것이다.

DRC는 미국 국방 첨단과학국 다르파에서 2014년 개최하는 로봇 경연대회다.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에 투입된 재난 구조용 로봇은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이에 다르파는 세계 로봇 분야의 거물들에게 재난 구조 로봇 경연대회를 제안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와 유사한 재난 상황을 로봇이 해결하는 대회로 참가를 신청한 200팀 중 7팀이 예선을 통과해 최종 경연을 펼친다.

다르파로 부터 연구비가 제공됐고 미션을 해결한 우승팀에게는 200만 달러의 상금과 ‘세계 최고 로봇’이라는 명예가 주어진다. 재난구조 로봇 개발이 ‘인류와 지구를 구할 프로젝트’란 데니스 홍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원전을 짓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행운아, 꿈이 뭔지를 일찍 찾은 사람일 뿐이다

데니스 홍은 자신에게 따라붙는 ‘천재’라는 수식어에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아 집안에 모든 가전제품을 분해하고 고장을 냈다. 새로 산 TV도 3일 만에 분해하다 망가뜨렸다. 이런 나를 부모님은 한번도 야단치지 않았다. 야단을 맞았다면 실패를 두려워하며 위축돼 다시 도전하지 못했을 거다.

좋아하는 수학과 과학, 미술을 뺀 과목의 점수는 엉망이었다. 과학자인 아버지는 호기심 많은 아들과 함께 로켓을 만들었고 공작 도구를 사주셨다”며 부모의 남다른 교육법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결국, 어머니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과학자가 됐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놀아 주는 것의 중요함을 안다. 5살 난 아들은 주 3회 정도 내 연구실에 온다”며 과학 놀이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구글을 만든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 그리고 빌 게이츠(William H. Gates)가 어려서부터 컴퓨터랑 놀았다면 데니스 홍의 아들은 집에서도 로봇 ‘다윈-OP’와 놀고 있었다.

“서울에 오면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이에게 제일 좋은 것은 책과 공”이라며 흥미 유발과 동기부여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겨우 일곱 살에 <스타워즈 Star Wars>를 보고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는 그는 3살 때 한국에 와 초·중·고등학교를 다녔고 고려대학 재학 중 미국을 방문했다 유학을 결심했다. 고3때 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했던 외로운 유학시절을 거쳐 버지니아 공대의 교수가 됐고 실험실을 만들었다.

연구자금을 받기위해 거의 매일 밤 연구 제안서를 만들어 제출했지만 무려 2년 동안 탈락했다. 학생들이 없는 연구실에서 눈물을 흘리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로보캅 대회 우승도 참가한 지 4년 만의 일이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그는 자신의 기술을 진전시켜 나갔다.

2007년 버지니아 총기 사건은 그에게 가장 많이 울어본 경험이다. 사건이 일어난 현장은 데니스 홍의 강의실이기도 했다. “이날은 강의가 없어 연구실에 있었다. 내 연구실은 총격 현장의 바로 옆이었다. 총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난 연구실에 숨어서 메신저로 학생들에게 숨으라고 알렸고 동료 교수는 학생들을 대피시키느라 목숨을 잃었다.

경찰이 보여 준 희생자들의 사진을 확인해야 하는 것도 충격이었다. 사건 후 추모비가 세워졌는데 희생자들의 추모비와 함께 범인 조승희의 추모비도 같이 있었다. 갑자기 분노가 치밀었다. 그런데 조승희의 추모비 밑에 ‘너를 용서한다. 너도 결국 우리 학교의 학생이자 희생자다’라는 내용의 편지가 놓여있었다. 범인까지도 사랑하려는 인류애에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어린이 같은 시선과 어른의 책임감을 갖추려 노력 중!

데니스 홍이 말하는 창의력은 전혀 관계없는 것들을 연결시키는 능력이다. 전혀 관계없는 것을 보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아 늘 종이와 필기도구를 지참한다는 그는 창의력을 위해 ‘메모하는 습관’을 제안했다. 종이에 펜으로 쓰고 그리는 메모를 한 후 메모지를 잃어버릴까 핸드폰으로 찍어 놓는다고 비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유명세가 자신을 우쭐하게 만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토로한 그는 유명세가 있을 때 그 힘을 좋은 데 쓰고 싶다는 소감도 밝혔다.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싶은, 마음 따뜻한 과학자가 로봇과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어린이 같은 호기심과 어른스런 책임감을 갖으려 노력한다는 그의 말이 기분 좋은 여운으로 남아 맴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하는 것은 머리 좋은 천재보다 마음 따뜻한 사람의 열정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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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by 이주현(스테이지 팩토리 부사장·연예칼럼니스트) bluemoon199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