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al Story + Now n Forever] 배우는 늙지 않는다, 완성될 뿐이다! 정한용 S# 3. 서울에서 가장 행복한 배우가 되다

Category : Featured News, People | 2014/05/09 | by. leejuhyun

탤런트 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정한용은 배우로서 성공할 자신이 없었다. 시험에 합격한 신인 탤런트들은 매일 방송국에 모여 연기연습을 하는 데도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시험에 합격하자마자 대학의 방학이 끝나고 4학년이 된 터라 취업준비로 마음이 바빠져 방송국엔 월급날에나 잠깐 얼굴을 내밀 뿐었다.

당시 대학 4학년이면 삼성, 현대, 대우 등 대기업에서 입사지원서가 오던 때다. 수출 붐을 타고 인기가 있던 종합물산 쪽으로 진로를 고민하면서 3, 4개월이 흘렀다. 그러던 중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왜 연습에 나오지 않느냐고 물었다.
“저는 별로 할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배우가 되겠습니까?”

신인 탤런트들을 관리·감독하던 이종수 조연출은 그의 말에 일단 방송국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만나자마자 대뜸 따라오라는 조연출과 함께 도착한 곳은 홍두표 상무의 방이었다. 당시 인기몰이 중이던 조남사 작가와 황은진 PD가 동석했다. 홍 상무는 일단 그에게 연습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쑥스럽게 “저 같은 사람이 배우가 되겠습니까? 해봐야 강도나 뭐 그런 걸 텐데…앞길도 막막하고. 그래서 안하려고요”라고 대답했다. 대뜸 “주인공 시켜주면 하겠냐?”는 물음이 돌아왔다. 영문을 모르던 그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홍두표 상무를 비롯한 조남사 작가, 황은진 PD 세 사람이 그의 외모를 두고 하수상한 대화가 오갔다.

“웃기게 생기지 않았어?”
“네, 재밌는 얼굴입니다. 한번 해보죠.” 미소가 오갔고, 청천벽력이 떨어지기 일보직전처럼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작부터 주인공, 장미희와의 <욕망>, 원미경과의 <휘청거리는 오후> 등

당시, 일본에는 <동경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배우와 무명의 남자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일반 시청자로 하여금 평소 이루어지기 힘든 로망을 대리만족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 아주 평범한 외모의 무명배우를 아주 인기 있는 미모의 여배우와 연인을 만들어 보자는 기획의도였다. 이는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를 한국판으로 준비하는데 그가 주인공 역할의 물망에 올랐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고참 연출자인 황은진 PD는 그의 상대 여배우가 장미희라고 귀띔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는 장미희, 정윤희, 유지인 세 여배우의 전성시대였기 때문이다. 연습 장소에 시간 맞춰 오라는 말을 듣고 방송국을 나오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나 드라마 촬영하게 됐는데 주인공이야. 상대역은 장미희래.” 친구들은 반응은 거셌다. 미친 거 아니냐는 둥 그의 말을 믿으려 들지 않았다. 당시는 10.26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비상시국이었다. TV에서는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그램 등 정규 프로그램 대신 뉴스만 방송되고 있을 때였다.

한 친구가 전한 “10.26으로 장미희는 죽었다던데?”라는 소식을 시작으로 엄청난(?) 이야기들이 난무했다. 그렇게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급기야 “역시 방송국사람들이 날 데리고 장난을 한 거였구나. 어쩐지 이상 하더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이틀 후, 첫 연습 날이었다. 허겁지겁 달려 겨우 소집시간에 맞추어 연습실에 들어서자마자 기함을 할 뻔 했다. 이낙훈, 사미자, 김성원, 김동훈, 김소원, 노주현, 장미희 등 당대 기라성 같은 대배우들이 방안 가득이었다. 그들은 저마다의 아우라를 화려하게도 뽐내고 있었다.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드라마에 그가 주인공이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등으로 식은 땀이 흘렀다. 

<욕망>이라는 제목의 이 드라마는 정한용과 노주현, 장미희가 삼각관계를 다루는 작품이었다. 하물며 장미희와 사랑의 결실을 맺는 이는 당대 최고 미남배우인 노주현이 아닌 신인배우 정한용이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홀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남자(정한용)가 대기업에 수석으로 입사한다. 이 회사의 상무(김성원)는 회장아들(노주현)과 잘되길 바라며 딸(장미희)을 회사에 입사시키지만 상무 딸 장미희는 직장동료인 남자 정한용에게 호감을 느낀다. 상무는 당연하게 그 남자를 싫어하지만 그는 수위아저씨, 청소부 아주머니와도 친한, 소탈한 캐릭터다.

주인공으로 첫 촬영을 시작하던 날, 처음으로 스튜디오의 촬영카메라를 보았다. 카메라의 움직임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신인배우 정한용은 그야말로 어리바리 그 자체였다. 첫 촬영에서 상대역인 장미희는 “헤어질 수 없다”며 진짜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새내기 배우인 그는 그녀의 연기력에 당황하고야 말았다. 캐릭터에 몰입해서가 아니다. 부족한 자신의 연기에 울고 싶은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그는 서울에서 가장 행복한 배우가 됐다.

두 번째 작품에도 금방 캐스팅됐다. 베스트셀러 작가 박완서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드라마 <휘청거리는 오후>에서 극중 셋째 딸의 남자친구 역을 맡았다. 이번 상대역은 미모의 인기 여배우 원미경이었다. 그는 바로 얼마 전까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TV속에서나 보던 미녀들과 연인 연기를 하는 상황이 얼떨떨하기만 했다.

촬영장에서 만나는 여배우들의 미모는 명불허전이었다. 여배우들이 “오빠!”라고 반갑게 부르면 당황하고 만다. 너무 예쁜 그들에 대답을 한다는 게 긴장을 한 나머지 난감하게도 비명 비슷하게 흘러 나왔다. 그렇게 들뜬 시간도 잠시, 책을 읽는 듯한 자신의 한심한 연기력에 대한 난감함과 안타까움은 깊어만 갔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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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by 이주현(스테이지 팩토리 부사장·연예칼럼니스트) bluemoon19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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