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의 다양한 변주, SBS 주말극 <기분 좋은 날> <엔젤 아이즈> tvN 다큐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Category : Featured News, Ranking+Rating+Review, Television | 2014/05/08 | by. hurlkie

지긋지긋한 현실이 있는가 하면 유쾌하고 즐거운 현실도 있다. 중년여성들의 마음 속 은밀한 곳에 카메라를 들이댄 jtbc <밀회>, 노처녀와 연하남의 티격태격 연애, 이혼녀 혹은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를 성심성의껏 돕는 달콤한 로맨스, 정의가 살아있기를 바라는 복수극과 시대극 등 그간 드라마는 대부분 판타지를 쫓고는 했다.

그렇게 판타지를 쫓던 드라마들이 다양한 변주를 시작했다. 현실에 대한 질타와 문제제기를 버무린 유쾌한 가족극 SBS <기분 좋은 날>, 아이러니하게도 판타지를 추구하는 시즌제 다큐 드라마 tvN <막돼먹은 영애씨>, 판타지 그대로의 판타지 SBS <엔젤 아이즈> 등 판타지의 기분 좋은 세포분열이 흥미롭다.

신데렐라가 될 네 모녀의 유쾌한 로맨틱 가족극, 그들의 현실도 아프다 SBS <기분 좋은 날>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는 엄마가 있다. 하지만 그녀에겐 훌쩍 떠나버린 남편과의 사이에서 난 세 딸이 있다. 세 딸과 먹고 살려다 보니 자신의 책 보다는 다른 이들의 삶을 미화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 그리고 50세가 넘어서야 드디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했다.

그렇게 베스트셀러 작가의 꿈을 이루나 했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려운 출판시장, 사재기, 남의 잔칫집에 판을 벌려야 하는 상황 등이 그녀를 괴롭힐 뿐이다. 이는 SBS 새 주말극 <기분 좋은 날> 한송정(김미숙)의 이야기다. “괜찮아”를 외치는 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며 “내 책 내가 홍보하겠다는 데 뭐가 잘못이야?”라고 반문할 수 있는 강단도 지녔다. 하지만 긍정적 사고와 강단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이 같은 현실은 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취득한 영양사 자격증으로 겨우 학교 급식실에 계약직으로 취직한 둘째 딸 정다정(박세영)은 아이들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이겠다는 이상이 지나쳐 갈등을 겪고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전후 사정을 모두 자른 채 중학교 남학생에게 “네가 책임져”라고 들이대는(?) 모습만 담긴 동영상 유포로 결국, 학교를 그만둬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는 엄마의 속사정을 알고 있는, 남의 잔칫집 앞에서 사인회를 하겠다고 앉아있다 쫓겨나는 엄마 곁을 지키는 기특한 딸이다. 큰 딸 정다애(황우슬혜)는 아버지 없이 자랐다고 반항이라도 하는 건지, 아버지뻘은 되는 애 딸린 이혼남 강현빈(정만식)과 결혼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어려운 사정으로 결혼은 아예 꿈도 못꾸는 현실을 사는 이들에게는 네 모녀가 그럴 듯한 제 짝을 만나 결혼한다는 설정 자체가 판타지다. ‘결혼’으로 판타지를 실현할 로맨틱 가족극에서 현실은 그렇게나 고단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이 고단할수록 판타지가 발휘하는 힘은 강력해진다.

막돼먹은 현실, 막돼먹은 영애씨 그래도 두 남자에게 사랑받는, 다큐드라마 속 막강 판타지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3

‘이영애’라는 이름과는 정반대의 외모를 가진, 본인 스스로나 주변인들이 표현하기로는 “못생기고 뚱뚱한데 성격도 나쁜” 영애씨(김현숙)의 일상을 따르는 tvN <막돼먹은 영애씨>는 다큐 드라마를 표방한다. 고단한 직장생활, 아름답지 못한 외모로 당하는 불공평한 대우와 사회적 수모,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가족과의 갈등 등 영애의 일상은 지독하게도 힘겹다.

인신공격에 가까운 막말과 외모 때문에 당해야하는 설움, 그녀에 대한 사회적 규탄(?)과 도발은 매회 진화하고 심화된다. 평균 이하의 외모가 아니더라도 사회생활을 하는 여자들이 감내해야하는 고난은 첩첩산중이다. 여기에 외모로 인한 조롱과 불공평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다큐 드라마’라 이름 붙여졌다.

하지만 막돼먹은 현실을 여과 없이 담아내는 다큐 드라마에서도 로맨스만큼은 ‘판타지’다. 시즌이 더해갈수록 영애를 둘러싼 남자들의 면모는 다양해진다. 도련님 최원준을 시작으로 짝사랑 선배 장동건(이해영), 외모 따지다가 영애씨의 매력에 빠져든 김산호에 이어 시즌 12, 13에서는 새로운 회사의 사장 이승준과 9살 연하의 한기웅이 등장했다.

좋은 소리라고는 할 줄 모르는 작은 사장 승준, 영애와 사귀기 전 한없이 독설을 날리며 놀리던 ‘외모지상주의’ 산호와 경쟁이라도 하듯 영애에 대한 깐족거림이 멈출 줄 모른다. 그런데도 영애는 철딱서니 없고 왕자병에 진상인 영준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고 있다. 그리 쉽지 않은 연심을 품기 시작한 영애, 그리고 무려 9살 연하의 훈남 기웅이 그런 영애를 짝사랑 중이다.

영애를 짝사랑 중인 연하의 훈남 기웅과 서서히 영애의 진가를 알아가는 승준, 이번 시즌에도 영애의 연애 경력은 화려할 대로 화려해질 모양이다. 현실을 반영하고 사실을 추구해야하는 ‘다큐’, 하지만 현실에서도 사랑은 판타지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13을 통해 보여준 영애씨의 러브 판타지는 지나치다 싶게 화려하기도 하다. 모두가 경시하는 외모의 소유자임에도 영애가 ‘꽃미남 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기도 하다.

판타지 그대로의 판타지 SBS <엔젤 아이즈>

SBS 주말극 <엔젤 아이즈>, ‘천사의 눈’ 제목부터 판타지다. 19살, 교통사고로 눈을 잃고 엄마를 떠나보낸 윤수완(구혜선, 아역 남지현)과 그 사고 현장에서 수완 모녀를 구하다 순직한 소방관의 아들 박동주(이상윤, 아역 강하늘)는 서로가 첫사랑이다.

동주는 그런 수완을, 남편을 잃고 어린 남매를 키우는 엄마 ‘정화씨’(김여진)를, 소아 혈액암으로 꺼져가는 생명줄을 잡고 있는 여동생 혜주(윤예준)를 지켜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12년 전,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은 뺑소니 교통사고로 동주는 엄마 ‘정화씨’를 잃었고 수완은 눈을 떴지만 두 사람은 이별을 했다. 그리고 12년이 흐른 현재, 그들은 재회했고 다시 사랑하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단초가 되는 사연부터 극적인 러브 판타지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불행의 기운이 맴돈다. 수완의 아버지이자 동주의 후원인 윤재범(정진영)이 가슴 한쪽에 애써 묻은 의사로서의 자책감이 두 사람을 막아선다. 동주를 기다리다 만나 한결 같이 수완의 곁을 지킨 연인 강지운(김지석)의 존재도 두 사람의 죄책감을 자극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해있고 그 문제는 복잡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사랑은 눈물겹게 아름답다. 사랑하는 그녀의 행복을 위해 떠나기도 했고, 그런 남자를 붙잡아보기도 했다.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는 주저하지 않고 마음을 표현하고 12년간 자신의 곁을 지킨 연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통보하기도 한다. 다시 돌아온 남자와 눈물의 재회를 했고 티격태격 사랑싸움도 하고 질투도 하지만 “계속 좋아해줄거지?”라고 올곧게 묻고 수줍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고난은 그래도 해결 가능한 것이었다. 아직 정체조차 드러내지 않은 심각한 진실인 주완의 안구이식과 동주 엄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전직형사 김우철(권해효)은 동주 엄마의 뺑소니범을 찾겠다고 다시 추격에 나섰다.

극 초반 영화 <반창꼬, 2012>를 연상시킨다는 우려와 예측 가능한 이야기라는 아쉬움이 무색하게, <엔젤아이즈>는 판타지 그대로의 러브 판타지에 궁금증을 자아내는 미스터리 요소를 맛깔나게도 버무렸다. 첫 회 시청률 6.3%(6.9%), 꼭 한 달이 지나 방송한 8회(5월4일 방송분)는 10.3%(11.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악다구니와 복수, 불륜과 폐륜, 출생의 비밀 등도 없이 엄청난 진실과 장애물 앞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로맨스 드라마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사진제공_SBS·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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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by 허미선 기자 hurlki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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